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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강북구 의사회보에 실린 로즈클럽인터내셔널 유인협회장의 글>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필리핀에서 진료를 다녀왔습니다. 매일 매일 하는 게 진료인데 또 필리핀에 가서 진료하는 것이 뭐 다를 게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몇 년 째 그곳에 가는 것이 기다려집니다.
Rose Club international이라는 의료인 중심의 NGO 주관으로 36명의 자원자들 (의사는 내과의사 2명, 가정의학과 3명, 외과 1명, 신경외과 1명, 성형외과 1명, 치과의사 2명이었고, 간호사와 약사, 치위생사 및 돕는 이들 또 행정직원 등이 합해서 모두 36명)이 참여하여 의료봉사를 다녀왔습니다. 인천공항에서 만나서 저녁 비행기로 4시간을 날아서 저녁 늦게 마닐라에 도착하였습니다. 다음날부터 진료를 시작하였습니다. 첫째날은 마닐라 인근의 바세코 라는 지역에서 400여명을 무료 진료하였습니다.
바세코 지역은 여의도의 1/4 정도의 넓이를 가진 지역인데, 인구 16만명이 살고 있는 빈민 지역이고, 태풍과 재난으로 다른 지역에서 피난을 와서 사는 세계적으로도 알려진 빈곤한 판자촌 지역입니다. 우리나라 선교사 여러분들이 10여년째 급식과 학교를 지원하고, 기술(제빵 기술 등)을 가르치며 자활을 돕는 지역입니다.
지역민 상당수가 하루 두 끼도 제대로 못 먹고 의료시설도 보건소 1개에 불과하며, 그 지역으로 들어가는 곳에 1~2개의 의원만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9시쯤 도착하니 벌써 기다리는 환자들로 마당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에어컨은 물론 없고, 선풍기만 1~2대 틀어놓고 진료를 보았습니다. 더위와 싸워가며 가지고간 약과 주사로 진료하였고, X-ray를 보통카메라와 같이 소형으로 만든 특수 X-ray장비로 chest와 골절도 볼 수 있어서 호흡기 환자를 보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초음파는 가져간 portable 초음파 기기로 최소한의 진료는 할 수 있었습니다. 치과는 늘 같이 가던 수원과 의정부에서 개업하고 계신 선생님들이 만들어간 이동식 치과 set로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였습니다. 고관절이 아픈 환자도 약과 주사로 치료하였고, 몸에 혹이 있어서 온 환자들도 외과계 선생님들이 다 떼어주셨습니다. 우리로서는 작은 일일지 몰라도, 그곳 사람들은 돈이 없어 몇 년째 치료받지 못했던 것을 무료로 받고 나니 너무나 고마워하였습니다.
둘째 날, 셋째 날은 마닐라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나익이란 지역에서 수년 전에 로즈클럽인터내셔널이 지어준 진료소에서 진료를 했습니다. 그곳도 빈민지역이라 아침부터 기다리는 환자가 너무 많아 이틀 동안 1500여명을 진료하였습니다. 내과, 가정의학과, 외과, 치과가 다 너무나 바빠서 점심과 저녁에 제 시간에 끝낼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환자를 다 만족하게는 못해주었지만 그래도 의료혜택을 제대로 못 받는 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것을 보는 우리도 그들이 고맙다고 할 때에 뿌듯한 감격을 느꼈습니다.
진료 중 발견된 심장병 환자, 고관절 무혈성 괴사 환자, 언청이 환자, 결핵환자는 추후에 로즈클럽 인터내셔널에서 개별적으로도 돕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간 의사들 중에는 4분이 동부인하여 부부가 같이 갔는데, 부인들은 보조 간호사로, 또 약국에서 약 싸는 일로, 또 어린이 급식을 돕는 일로 바쁘게 일하시면서 좋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대원 중에는 다섯 분이 자녀와 함께 왔는데(그 중에 두 분은 2년째 자녀동반), 자녀들이 힘들게 봉사에 참여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마지막 날은 마닐라로 와서 시내투어도 하고, 마사지도 하고, 그 유명한 마닐라 일본 호텔의 저녁 분수쇼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봉사는 매년 이뤄지는데, 지난 3년간은 경기도 의사회, 치과의사회, 약사회, 간호사회가 합동으로 봉사하였습니다. 수원에서 매년 오시는 한 치과 선생님께서는 이곳에서의 봉사경험이 일년 간의 진료의 활력소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여러가지 어려움도 있지만, 봉사의 자리는 갈 때마다 새로운 많은 감격과 감동이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의료인들이 같이 봉사의 보람과 감격을 누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